2010-11-26

2010 November Field Trip (초개사, 제석사)

2010 November Field Trip (4)
(11.20-21)


원효의 고향을 찾아서

<삼국유사>에 따르면 원효(元曉 617-686)는 압량군(押梁郡) 불지촌(佛地村)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불지촌의 다른 이름으로 "발지촌(發智村)" "불등을촌(弗等乙村)"을 전하고 있습니다.

압량군은 지금의 경산시로 알려져 있지만, 불지촌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합니다.

원효는 신라시대 누구보다 유명한 고승이었고 그의 삶은 지금까지도 세인들에 의해 회자되지만 막상 그의 출생지는 잊혀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喫甘愛養 此身定壞
着柔守護 命必有終
"좋은 음식 먹이고 아끼고 보양해도 이 몸은 반드시 무너질 것이며
좋은 옷으로 감싸도 목숨은 반드시 끝날 때가 있으리"



그의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죽었다는 혈사(穴寺)도 현재는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원효의 고향에서 첫번째로 찾아간 곳은 경산 유곡동에 소재한 초개사(初開寺)였습니다.

멀리 용산이 내다보이는 현성산 자락에 포근히 안긴 절이었습니다.

<삼국유사>에서는 원효가 출가한 이후에, 살던 집을 바쳐서 절로 삼고 그 이름을 초개사라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절은 이전까지 신림사, 원효사 등으로 간판을 달고 있다가 얼마 전에야 처음 이름이었던 초개사로 고쳐짓고 건물도 새로 올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절의 완공은 좀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날이 이미 어둑어둑해져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지만,

다소간의 소득도 있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에 찍힌 홍유후설선생신도비(弘儒候薛先生神道碑)가 그것입니다.

 
▲ 홍유후설선생신도비



홍유후 설선생이란 원효와 요석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설총을 높여부르는 호칭입니다.

유학의 시조로서 떠받들여진 설총을 기려 유학자들이 세운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절에 있는 신도비와 같은 것이 경산 도동재(道東齋)에도 있지만 그것은 초개사 신도비를 복제해 세운 것입니다.

각각 1913, 1924년에 건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도비란? 죽음 사람을 기념하기 위하여 생애를 기록하여 무덤 앞에 세우는 비석.

이외에도 이번 공사중에 발견된 석탑재가 마당에 쌓여 있었는데요

저희가 초개사를 방문하기 직전 들렀던 경산시립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있었던 신림사지(초개사의 옛이름) 석탑과 한 세트를 이루는 석재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이 합쳐져서 세워진다면 좋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개사 답사를 마치고 이번에는 원효의 생가와 관련이 있는 제석사를 방문하러 떠납니다.




사라사(裟羅寺) - 원효의 생가에 세운 절


경산시 자인면 북사1리에는 원효가 세웠다는 사라사의 후신으로 알려진 제석사가 있습니다.

원효가 사라사를 세운 것은 사라수(裟羅樹)라 불리던 나무 때문인데요.

그 나무는 원효의 탄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 제석사 원효전 안에 그려져 있는 원효의 탄생 모습입니다만,
저 남자는 누구인지 모르겠네요.
<삼국유사>에서는 혼자 낳았다는 걸로 이해가 되는데 말이죠;



<삼국유사>에 따르면 원효가 태어날 때에 그 어머니가 혼자 산길을 가다가 한 밤나무 아래에서 해산을 하게 되었는데

남편의 옷을 나무에 걸고 원효를 낳았다고 하며, 그로 인해 그 나무가 사라수(裟羅樹)라 불렸다고 합니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나무가 있어서 그곳 보살님들께 여쭈어봤더니

입구에 있는 것은 포고나무 (포고나무가 대체 뭘까 포도나무인가? 라며 혼란에 빠져있던 저에게 네이버 박사께서는 '팽나무'의 경상도 방언이라며 친절한 대답을 들려주시는군요, 하하 님 감사)

절 뒷마당에 있는 고목은 홰나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 원효와 요석공주와의 만남과 이별입니다
앗.. 원효 나쁜 남자..


원효가 태어났다는 그 밤나무는 어찌된 걸까요?
<삼국유사>에서 전하는 말로는 그 밤알 하나가 밥그릇에 가득찰 정도로 컸다고 하는데

혹시 사람들 욕심에 말라 죽었던 것은 아닐까요?



현재 제석사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옛 유물입니다.

제석사가 세워지게 된 경위에는 이 연화대좌의 출토가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옛날에 절터였기 때문이겠죠.

현재의 제석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영천 은해사의 말사입니다.

원효의 탄생지에 세웠다는 사라사의 전통을 잇기위해

매년 음력 5월 4일이면 원효탄생을 기념하는 다례대제를 개최하고 있다고 합니다.



생긴 지 오래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절이 참 아담하고도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대웅전 창살 조각들은 어찌 그리 독특하고 귀여운지

보살님들 인심도 좋아 원효대사가 여기서 태어났다고 하니

왠지 아이의 까르르 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아기자기한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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